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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동물의료센터 실습후기 제주대학교 장선경 학생

  • 관리자
  • 작성일2026.02.03
  • 조회수40

1.지원동기가 무엇인가요?

 

본과 3학년을 마치며 수의학적 지식은 어느 정도 머릿속에 쌓였지만, 정작 “그래서 내가 임상 수의사가 되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학교 강의실에서 배우는 텍스트와 사진 속의 질병들은 정형화되어 있지만, 실제 병원에서 마주할 환자들은 저마다 다른 변수와 복합적인 상황을 안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교과서 밖으로 나와, 실제 의료 현장의 치열함을 몸소 느끼고 제 부족한 점을 직시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브이캠프 실습 기관으로 이 병원을 지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체계적인 협진 시스템’과 ‘높은 수준의 중증 환자 케이스’ 때문이었습니다. 1차 병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나 응급 수술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수의사 선생님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을 내리고 대처하는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실습을 지원할 당시 저에게 외과는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자, 저와는 맞지 않는 분야라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피를 보고 살을 꿰는 외과적인 처치보다는, 약물과 내과적 관리를 통해 환자를 돌보는 것이 제 성향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과 수술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2차 병원 실습은 저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내가 과연 저 치열한 수술방의 공기를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지원했습니다. 제가 가진 외과에 대한 두려움이 단순히 경험 부족에서 오는 막연한 공포인지, 아니면 정말 적성의 문제인지를 직접 부딪쳐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피하고 도망가는 대신, 가장 수준 높은 수술이 이루어지는 현장 한가운데서 외과 선생님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제 진로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이번 브이캠프는 저에게 단순한 학점 이수를 넘어, 수의사로서 제 미래의 색깔을 결정짓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테크닉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각 분과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움직이는지 그 ‘흐름’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또한, 선배 수의사님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보호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보며 제가 앞으로 어떤 수의사가 되어야 할지, 그 롤모델을 찾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습니다. 방학이라는 귀한 시간을 단순히 휴식으로 보내기보다, 미래의 제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가장 치열한 현장에 던져보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 이번 실습을 통해 배운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번 실습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배움은 임상은 단편적인 지식의 합이 아니라, 끊임없는 흐름과 맥락의 파악이라는 점입니다. 학교 시험에서는 특정 증상에 대한 정답을 고르면 되었지만, 실습 현장에서 본 환자들은 교과서처럼 딱 떨어지는 증상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혈액검사 수치 하나, 엑스레이 음영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히스토리와 현재 바이탈, 그리고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전체적인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을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회진 시간에 “이 수치는 왜 뛰었을까?”, “이 약물을 썼을 때의 부작용과 이득을 비교하면 어떨까?” 치열하게 토론하시는 모습을 보며, 수의사에게 필요한 건 암기력이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력과 판단력임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의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소통’임을 배웠습니다. 보호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치료 과정의 불확실성까지 솔직하게 공유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수의사는 동물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보호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직업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이번 실습은 제 머릿속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지식을 ‘임상’이라는 실로 꿰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실습에서 좋은 기회로 아침마다 진행되는 외과 라운딩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외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제 좁은 시야가 완전히 트였다는 것입니다.

이전까지 저는 외과를 단순히 ‘손기술이 좋은 의사가 하는 분야’라고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라운딩에 참석하며 목격한 장면은 전혀 달랐습니다. 수술대에 오르기 전, 선생님들은 환자의 CT와 방사선 사진을 띄워놓고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쳤습니다. 마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약물 선정부터,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한 대비책, 그리고 수술 후 재활 프로토콜까지. 수술은 손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 손을 움직이는 것은 철저한 이론적 근거와 치열한 논리적 사고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실제 수술방 참관을 했던 경험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멸균 가운을 입고 수술대 옆에 섰을 때 느껴지던 그 팽팽한 긴장감, 모니터의 규칙적인 비프음, 그리고 환자의 환부를 대하는 집도의 선생님의 망설임 없는 손길은 제가 책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압도감이었습니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선생님께서 던지신 “지금 이 조직이 무엇인지, 여기서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은 해부학 책의 그림이 실제 생체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외과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병변을 제거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수술이라는 침습적인 행위가 환자의 생체 징후에 미칠 영향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술 후 환자가 다시 네 발로 걷고 밥을 먹는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책임지는 것이 외과의의 진짜 역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목격한 것도 큰 배움이었습니다. 내과적 처치로는 한계가 있던 환자가, 수술 직후 눈에 띄게 상태가 호전되어 보호자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며 외과가 가진 강력한 치료적 힘과 매력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던 외과가, “어쩌면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가슴 뛰는 분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3. 리본동물의료센터에서 실습하며 감사한 점이 있었나요?

 

실습 첫날, 긴장감으로 잔뜩 얼어있던 제게 먼저 말을 걸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2차 병원의 특성상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이 많아 실습생의 존재가 번거로울 수도 있었을 텐데,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하시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바쁘신 와중에도 제가 질문을 드릴 때마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단순히 정답을 알려주시는 게 아니라 “선생님 생각은 어때요?”라고 되물어보시며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셨던 점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수동적으로 관찰만 하는 실습생이 아니라, 진료팀의 일원으로서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술방에서 저를 배려해 시야를 확보해 주시고, 멸균 원칙이나 기구 사용법 같은 기본적이지만 필수적인 술기를 꼼꼼히 지도해 주신 점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교과적인 설명이 아니라, 수년 간의 임상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팁들을 학교 돌아가서도 제 자신이 될 것입니다. 수술방 참관을 허락해 주시고, 멸균 가운을 입는 법부터 수술 기구를 다루는 기본적인 매너까지 세심하게 지도해 주신 외과 선생님들, 그리고 채혈이나 보정 요령 등 학교에서는 배우기 힘든 실무적인 팁을 아낌없이 전수해 주신 테크니션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점심시간이나 잠깐의 휴식 시간에 해주신 현실적인 조언들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 수의대생으로서 겪는 슬럼프에 대해 공감해 주시고 선배로서의 경험담을 들려주셨던 시간들은, 앞으로 제가 힘든 수련 과정을 버티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제가 외과에 흥미를 보일 때마다 관련 서적을 추천해 주시고, 참관할 수 있는 케이스를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 했던 그 따뜻한 배려 덕분에 낯선 환경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실습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병원에서의 따뜻했던 기억은 제가 앞으로 수의사로서 힘든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부족한 실습생을 잠깐 왔다 가는 학생이 아니라 미래의 동료로 존중해 주신 그 마음, 잊지 않고 훌륭한 수의사가 되겠습니다.

 

4. 리본동물의료센터에서 실습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이번 실습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내 안의 한계를 규정짓던 벽을 허물게 된 자극’이었습니다. 그동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고 있던 제게, 이 병원에서의 시간은 임상 수의사라는 직업의 무게감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해 주었습니다.

실습을 오기 전까지 저는 스스로를 ‘외과와는 거리가 먼, 정적인 성향의 학생’이라고 규정짓고 있었습니다. 내 행동의 결과가 수치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보이고, 수술방의 긴장감을 견딜 자신이 없었기에 무의식적으로 외과라는 선택지를 지워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그런 제 생각이 얼마나 섣부른 판단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치료가 더 이상 불가능해 보였던 환자가 수술을 통해 극적으로 삶을 되찾는 과정을 지켜보며, 외과라는 직업이 가진 숭고한 무게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무게감은 두려움이 아니라 ‘나도 저런 의사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동경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외과 수의사가 되기 위해 감내해야 할 육체적 고단함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걷지 못하던 아이를 걷게 만드는 그 짜릿한 보람이 그 모든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을 선생님들의 눈빛을 통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의 의료진분들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최전선에서,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셨습니다. 때로는 치료가 잘 되어 기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떠나보내야 하는 환자 앞에서 목구멍에 슬픔을 삼키고 다음 환자를 위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수의사라는 직업이 화려하고 멋져 보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생명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임을 깊이 느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회진 때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가 나올 때마다, 보정이 서툴러 환자가 불편해할 때마다 제 부족함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부끄러움은 좌절이 아니라 ‘더 공부해야겠다’,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이곳에서의 경험 덕분에 저는 앞으로 남은 본과 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명확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전에는 어렵고 복잡해서 피하고만 싶었던 해부학 책을 다시 펼쳐볼 용기가 생겼고, 외과 학술 동아리 활동이나 관련 세미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귀중한 2주간의 실습 덕분에 저는 ‘어떤 수의사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조금은 찾은 것 같습니다. 실력으로 환자를 살리는 것은 기본이고, 동료 의료진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병원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제 몫을 해내는 사람, 그리고 언제나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겸손한 수의사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 소중한 깨달음을 주신 병원과 모든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곳에서의 배움을 잊지 않고,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수의사로 성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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